가로등에 흐르는 빗물은 그대의 맘이에요
오늘따라 가로등가에 흐르는 빗물은 왜 그리 슬픔이 많은지. 그대의 두 눈으로 흐르는 눈물 같아요. 그대의 여린 마음에 상처가 되어 흘러가는 듯해요.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오늘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그대가 떠올라 이렇게 내 마음을 옮겨보아요.
혹시 이 비처럼 그대의 마음도 조용히 젖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대의 마음이 공허해서도, 아파서도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오래 품어 온 추억과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잠시 그대를 적시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어요.
그대가 오래도록 품어 온 슬픔이라면, 오늘은 이 비가 조금씩 씻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대의 마음에도 언젠가는 다시 햇살이 머물 테니까요. 비는 지나간 시간을 조용히 불러오고, 그 빗소리를 따라 내 마음도 어느새 그대와 함께했던 계절 속으로 걸어가요.
살을 베어오는 바람에 그대와 함께 했었던 기억들,
조그만 우산 속에서 주룩 주루룩 내리는 비를 피하면서 걸었던 거리,
흩날리는 눈꽃 속을 거릴었던 기억,
하늘의 별이 지상에 내려앉았었던 오사카의 밤,
화려한 불빛이 우리 둘을 반겨주었던 마카오의 밤,
그대는 기억해요. 우리의 지금까지 쌓아오던 일들을요.
그대와 눈을 마주보며 하염없이 그대의 눈을 바라보고 싶네요. 그대 두 눈에 담겨 있는 지나온 상처까지도 조용히 안아주고 싶어요.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 그대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때까지 함께 있고 싶어요.
그대는 기억하나요. 우리가 함께 걸었던 지나온 계절을.
나는 그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그러니, 그대도 부디 오늘을 아프게만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다시 비가 그친 하늘 아래에서,
그대가 예전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나는 참 고마울 것 같아요.
그저 오늘 만큼은 그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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