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몸을 녹여주는 꽃게 짬뽕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1순위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일거예요. 서로 아껴주며 알콩달콩해가면서 잊을 수 없는 둘만의 추억을 쌓는 것이 최고이죠. 난 이번에 아주 색다른 추억을 그대에게 가슴속 깊은 곳에 많이 만들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풍경을 보고, 때론 만져도 보고, 몸으로 느껴도 보았지만, 그대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보단 덜 하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크게 요리 실력은 없지만, 감동을 받아가면서 맛있게 먹는 모습만으로도 난 많은 행복감을 얻었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
이날은 왠지 모르는 힘으로 아주 많은 힘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이 되요. 혼자 요리를 해도 그렇게까지 맛이 나오지는 않거든요. 더군다나 양념 꾸러미를 구매했는데, 하필이면 소금이 없었던거죠. 요리를 하는데에 소금이 없다는 것은 이미 끝난거예요. 음식의 맛은 적당한 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루어야 되는데 말이죠. 나의 당황은 이루 말할 것이 없었답니다. 아무리 요리의 끝을 마무리하고 그대에게 올려야 하는데, 간이 나오질 않았어요. 그런데, 그대가 준비한 새우젓이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답니다. 여태까지 새우젓으로는 콩나물국에 넣어 본적은 있었지만, 내가 하는 요리에 새우젓을 써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새우젓을 한소쿰씩 넣을 때마다, 내 요리의 본연의 맛을 떠나서 감칠맛이 더 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나의 자신감은 뿜뿜이였어요. 뭐를 하더라고 그대의 입맛에 들게 할 수 있겠구나. 자신감이 붙으니 요리를 하는 시간도 짧아졌고, 나만의 요리가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고기의 느끼함을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의 꽃게탕으로 달래주었고, 연신 그대의 시원하고 맛있다는 말에 내가 정말로 맛있게 했나 할정도였어요. 그래서 내가 진짜로 감동을 주었나하고, 나도 맛을 보니 어떻게 이런 맛이 나왔지 할 정도였어요.
정성가득했던 새벽
내가 느낀 것이지만, 정성을 들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걸. 이번에 다시금 느끼게 되었답니다. 그동안 그대를 위해서 맛있는 한끼를 꼭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그대가 아주 맛있게 받아주어서 기뻤어요. 비록 짧았던 순간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그동안 공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공유했었네요. 난 진짜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렀는지 몰랐답니다. 얘기만 하다가 새벽을 지나서 날이 환히 밝은 줄도 몰랐어요.
급히 잠을 청하곤, 다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 나의 기분은 어땠는지 그대는 알고 있나요? 아침을 누군가를 위해서 준비한다는 것이 이렇게 벅차고 기뻤는지를요. 얼마되지 않는 반찬들이지만, 그대가 배불리 먹는 것만 보아도 난 배가 불렀답니다. 흔히들 캠핑이나 펜션이 놀려가면, 라면을 끓이는 것이 대부분인데, 난 이번에 라면을 샀었지만, 그대로 가지고 왔어요. 라면을 끓일 틈이 없었거든요. 왜만하면 그대도 라면을 먹자고 했을텐데. 라면 얘기는 일도 없었어요.
나에게 지울 수 없는 감정들을 그대는 내개 선물했어요. 난 그대를 위해서 가슴 깊이 새겨진 맛을 선물했구요. 방안에 그윽히 배인 파기름 냄새와 꽃게탕의 향이 어울어져 우리의 깊어지고 있는 정을 그대는 느껴보았나요. 사진의 꽃게 짬뽕만 보아도 그날의 기억이 새록 새록 가슴에서 나오네요. 뭐든지간에 힘들지 않은 것은 없죠. 그런데요. 이번에 내가 선보인 요리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맛있게 먹어줄 그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대가 살아가는 하루를 힘들다고 생각지 말아요. 진짜 힘들때도 있어요. 몸도 지치고 마음은 완전 만신창이가 되기도 하죠. 그럴땐 어땠어요? 울고 싶어도 눈물도 나오질 않죠. 왠지 알아요. 내 마음이 말라가고 있었기에 흘릴 눈물조차 없었던 거예요. 닦을 눈물이 아니라, 나올 눈물조차 없었던 거랍니다. 이제는 울고 싶을땐 맘껏 울어도 돼요. 슬플땐 슬픔을 표현해야 해요. 그래야 마음이 말라가지 않는 답니다. 난 이대로도 좋아요. 그대를 위해서 항시 준비를 하고 있으면 되니까요. 물론 이것이 가장 힘들다는 것도 알죠. 그래도 내가 그대를 위해서 해야할 일인 듯해요. 그대가 가는 길에 나의 그림자가 누가 되면 안되니까요.
그대 생각?
내가 요리라고 하니 너무 거창해진 것 같아요. 그냥 음식 준비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같아요. 내가 음식을 준비하는동안 그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득 지금 생각이 떠올랐어요. 바쁜 일상을 생각했나요. 멀리 떠나간 그대의 슬픔, 집나간 강아지, 언젠가는 돌아올 고양이, 많은 만감이 교차했었나요? 난 요리에 모든 정성을 쏟았어요. 정신없이 칼질을 하고 또 쉴틈도 없이 파기름을 내고, 파기름향이 어느정도 올라오는지를요. 음식을 할때 중요한 것이 시간 싸움이거든요. 조금 늦게 넣으면 타고, 빨리 넣으면 설익고 나름 시간싸움을 하고 있었어요.
이런 나의 모습이 그대의 두눈엔 어떻게 비추어졌을까요? 부지런히 뭔가는 하는데 뭘하는 거지? 과연 맛을 낼수 있을까? 그냥 밥만 해주어도 기특할텐데, 뭘 준비하는지 열심히 하는지?
난 이렇게 생각해요.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요. 남자는 일할때의 모습이 가장 멋있다고 하잖아요. 이번에 많은 집중을 하면서 그대를 위해 일을 했었답니다. 난 많이 노심초사했었어요. 음식 맛이란 것이 식당에서 먹는 것과 집에서 먹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나거든요. 물론 손맛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입맛이란 것이 길들여져 있어서요. 그대의 간이 어떤지는 모르잖아요.
이번에 가장 어려웠던 것이 그대의 입맛을 찾아내는 것이였어요. 우리는 모두 삶의 방식이 달랐잖아요.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느끼는 것 이런 것들을 맞춰나간다는 건 아주 어려운 걸 그대로 알고있죠. 서로를 알았다고 해도 결국엔 딱 한가지 때문에 일이 틀어지잖아요. 이번 추억으로 인하여 그대의 새로운 것을 난 알게되었답니다. 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지 이제는 다 알 수 있어요. 먼 훗날이 될 수도 있고, 당장 지금도 될 수 있지만, 그대여 내게 있을땐 괜찮아요. 그대도 배려라는 수레을 끌고 있어요. 내 앞에서는 어리광부려도 좋아요. 아빠앞에서 아장아장 걸어가듯이 내게서도 그랬음 좋겠어요.
우린
앞으로 그대 이름을 부를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문득 생각해보아요. 난 몇 천번 몇 만번 불러보고 싶어요. 하염없이 부를날이 왔음해요. 알아요. 그대가 선택한 길. 내가 어찌할 수 없다는 걸요. 그대가 지금까지 흘렸던 눈물들, 앞으로 흘릴 눈물들 수 없이 많을 거란걸요. 내가 도울 수도 없어요. 그대가 가는 길을 묵묵히 그저 바라볼 뿐이죠. 지금도 난 그저 바라보는 것이 전부인 걸요.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와도 나와 약속해요. 세상은 그누가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요. 나도 믿지 말아요. 나도 남자고, 욕심많은 사람이예요.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그대에게 할 지 모르잖아요. 믿을 사람은 오직 당신 뿐이라는 것을요. 난 그대 옆에서 바라볼 수 있을 뿐이예요.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그대에게 그리 많지 않아요. 그대가 스스로 믿고 서야만 해요. 진짜 진짜 진짜 힘들때만 불러봐요. 그래야만 해요. 그대가 그대만을 믿는 다는 것은 힘들어요. 그래도 해야 해요.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고, 아파해주고 다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진정으로 내면에 그대의 믿음이 있어야 나도 그대를 위해서 믿어줄 수 있어요.
난 알고 있어요. 그대의 내면에 진정한 믿음이 있다는 것을요. 그 믿음은 그대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할 것이랍니다.
이제는 내가 그대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대의 슬픔을 닦아주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요.
앞으로 슬퍼하지 않을 거죠? 나와 함께 있었던 날들이 앞으로 흘릴 눈물을 다 흘린거라고요. 내 눈을 통해서 그대를 바라보는 하늘의 별을 위해서라도 그대는 걸어가야 해요.